2018년 3월 12일 월요일

암은 전신병이다

암 수술 후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철저히 따라했다.     그랬지만 림프나 뼈에 전이.   이건 아니다 싶어 안해보던 치료도 이것 저것 알아보던 중 몇일 전 갔던 암 전문 한방병원[1]의 의사에게 전이되었다는 이야기하자 대뜸 물어본다.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잘 따라 하셨나 봐요?"
[1] 바로앎한의원,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이건 무슨 소리일까하는 생각도 잠깐, 말을 계속한다.
"미안하지만 환자분의 진행 상태는 병원에서 보기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거에요.    수술을 했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전이가 될 곳에 전이가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표준치료를 하는 거고..."

음... 맞는 말이긴 한데, 내가 전이가 되고자, 설령 전이가 된다고 치더라도 1년도 채안되서 전이가 될꺼라는 기대로 수술을 하거나 치료를 받은 건 물론 아니다.  이런 생각을하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몇마디 더 이었다.
"암이 전이가 되면 원래 암과는 완전히 다른 암이 됩니다.   전립선에서 암이 살았었는데, 전립선을 떼어냈으니, 암 입장에서는 원래 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존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뼈나 림프절이 전이가 잘 되는 곳이긴 하지만 전립선과는 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이죠.  이런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시 살아간다는 것은 암세포 입장에서는 로또 당첨보다도 어려운 거죠"

"그런데 전 이미 전립선 수술을 했잖아요, 이미 떼어냈는데 무슨 암세포가 돌아다녀요?"
그랬더니 의사분이 안타깝다는듯 설명을 더해준다.    암세포란 것이 암덩어리로 보이는 특정 부위에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고.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정말 작은 암세포들이 모래가 뿌려져 있든 암덩어리 주변에 쭈욱 뿌려져 있다고.   그래서 암덩어리를 제거하더라도 작은 알갱이의 암세포들은 여전히 주변에 있다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수술하고 1년간 듣지 못했다.   재발하고도 3개월간 알지 못했다.   왜 병원에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거냐는 아쉬움도 잠깐, 왜 이런걸 알아내지 못했는지의 자책감이 슬며시 올라온다.          

"암은 전신병이다"라고 한다.   암이 몸의 일부분에서만 생긴 것으로 생각하지만, 어느 부위에서 생기든 멋대로 자라는 암 세포는 1cm의 조그마한 덩어리에 약 1조개의 암세포가 있다고 한다.   이들 암세포는 하나 하나 살아있는 생명체라서 핏줄과 림프를 따라 온몸을 돌아다니게 되고, 원래 발생한 부위에서 계속 생성하거나 쉬어가거나 하게되어 다른 곳에 전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암을 전신병이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다른 곳에 전이된 암이나 원래 부위를 제거했으나 다시 발생한 재발된 암은 살기위해 스스로 더욱 독하게 변이되어 같은약을 써도 안되고, 예후도 훨씬 나쁘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진행된 암이 확인되면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우선 온몸을 돌아다니는 암을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로 제거한 후 수술로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최근 치료방법이라고도 한다.
출처: 채널A 나는몸신이다, 암동거시대, 한국인의 생존법: 암, 전이재발이 더 무서운 이유

수술과 암의 재발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수술, 창상치유 그리고 전이" (Surgery, wound healing, and metastasis: Recent insights and clinical implications)라는 논문에서 수술과 같은 외상의 치유를 위해 몸에서 생성되는 신호전달 물질들(예를들어 인터루킨6는 상처의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암의 성장에도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등)이 상처치료는 물론 암의 성장에도 역할을 하게되며, 이때문에 수술 후 잔존하는 미세암 관리는 수술 후 회복과정에 더욱 빨리 성장하게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수술 후 회복기에 미세암의 관리가 재발여부에 매우 중요하다.
출처: 수술이 암재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유튜브, 류영석원장

1년전 수술을 고려할때는 미쳐 생각못했었다.   그냥 어떤 의사분은 수술을 하자, 다른 의사분은 하지말자고 했을때 알려준 이유는 적극적인 치료 여부와 암의 진행 여부 뿐이 었는데. 그래서 그 의견 중 하나를 따랐는데 이런 저런 고려할 사항이 많았던 거였구나 싶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그때, 그 정신이 없을때 지금처럼 꼼꼼히 이런 저런 사항을 알아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을까)

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많이 부족하구나 싶다.   지금 가장 중요한것이 뭔지도 모르고 이것 저것 뻘짓을 여전히 하고 있었나 보다.    이런 저런 질문과 궁금증에 꼼꼼히 답변을 준 한의사분, 고맙다.  (놀라운 건 30분의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진료비가 700원 이란다!!  그걸 현금이 없어 카드로 긁는 진상 짓을 했다는. 그런데, 이 곳도 암전문 병원인지라 전립선 암 한약으로 일주일에 50만원 정도의 약재를 소개한다.   아프고 보니 가는 곳마다 돈이 들지만, 도대체 암치료나 관련 비용들은 왜이리 하나같이 비싼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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