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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6일 토요일

백인대장

-[14] 2016년 11월-  

수술 3일 전.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치료해야하나... 하는
걱정도 컸지만,

이걸 어떻게 그녀에게 말 할지,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 할지,
부모님에게 뭐라고 해야할지,
이제 자리를 잡으려 하는 회사는 어떻게 해야할지,
믿고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뭐라고 해야할지...
이런 걱정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정리하고 2~3년 바싹 몸관리 한 후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에 몇일째 고심하다가...

이게 뭐라고... 싶은 생각.
언제부터 알수없음과 불확신에 이렇게 소극적으로 위축되었나... 

수술도 적극적으로 맘먹기.
회복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아이들과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회사도 계획한대로 적극적으로 끌고가기.
동료들에게도 사실대로 말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예수와 백인대장(Jesus and the Centurion)
 파올로네로네세 유화, 1571.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출처: commons wikimedia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집에 모실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말씀만 하시면 제 하인이 낫겠습니다" [마태오 8,5 ~ 13]

2017년 12월 13일 수요일

정상이거나, 정상이 아니거나

-[13] 2016년 11월-  

수술 3일 전.  
로봇이라니. 

그런데 왠지 컴퓨터, 로봇이란 어감에 더 신뢰감이 든다.
이런 느낌, 정상일까?  

물론 AI나 자동 수술이 아니고,  
로봇팔과 카메라를 이용하여 의사가 드론을 조작하듯 기계팔을 조작해서 수술부위에 접근해서 원격으로 수술을 한다고 한다. 
몇군데 구멍을 내어 기계팔을 넣어 수술을 하니 개복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수술 움직임도 정교하고... 그러다보니 수술시간도 짧아지고, 수술 후 회복시간도 짧아지고, 후유증 발생확률은 적어지고 수술 성공률도 높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적용안되서 개복 수술보다는 비싸다.  
어쩔꺼냐? 라고 한다.  

나원 참... 수술의 성과가 명백히 좋거나 나쁜게 확인 되었다면, 
안정성이 검증이 되었다면, 
이미 많은 병원에서 시술도 하고 있는 거라면,  

이게 보험이 안되는게 정상이냐!  
싶은데... 
당장 몇일 후 나의 수술에 이야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게 더 정상이 아닌거지 싶다.  
수술을 해준다잖아!
-다빈치로봇수술  
 사진출처: 위키백과

수술용 로봇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이 병원서는 이 수술기계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다는데,
오락도 많이 해본 선수가 잘하는 것처럼 로봇도 많이 조작해본 의사가 잘 하겠지.  

하여튼. 사일 입원, 일인실 이용하면서 수술했더니 퇴원시 원무과에 지불한 총 비용이 약 1천만원이 조금 안된다.    
암... 몸도, 마음도 우울해지는데, 통장도 우울해진다.

2017년 12월 8일 금요일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

-[12] 2016년 12월-

똑.똑.
기대안한 노크도 그렇지만,
문틈사이로 낮 모르는 수녀님의 모습에 더 놀랐다.
'형제님, 오늘 수술이시죠?'

어떻게 알았을까 싶던 중...


병실 번호가 빼곡히 적힌 메모지를 손에 쥔 채,

혹시 수술에 늦지 않았는지를 물어보며
수술 전 문진서를 쓰며 함께 적었던 종교란에 체크를 하면,
수술전에 이렇게 찾아와 함께 기도를 한다고 한다.


아픈 몸에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잠시 뭐라 해야하나 머뭇대며 뻘쭘하다 싶던 순간,

'저희에게도 기도해주세요' 라며 그녀가 부탁한다.


그녀의 부탁과 함께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듯
우리들의 손을 마주 잡고 기도하는 수녀님의 손길이, 음성이 낮설다.


주의기도와 성모송 기도 후,
형제, 자매님에게 용기를 달라는 수녀님의 기도말에
꼭 쥔 손을 놓지 않고 기도에 열중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도 낮설다.


처음 보는이의 기도와 위로에,
가슴깊이 애원하며 기도하는 나 자신도 낮설다.

수술실 들어가기 30분전, 입원실에서.


-신촌 세브란스병원 3층 로비에서

수술 후 외래로 찾아간 언젠가.  로비를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중 만난 반가운 얼굴.
순간 누군가... 했다가 손에 쥔 메모지를 보고 알아봤다.   


'당신이 누구신지 여전히 잘 모르지만...  병과 병원과 당신에게 낮선 그녀와 저를 위한 짧은 기도가 큰 용기와 위로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과 당신과 함께 기도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적극적'이 갖는 의미

-[11] 2016년 11월-

'간호사, 여기 빨리 수술날자 잡어'

의료진료 기록과 조직검사 샘플을 등록하고 새로 찾은 이곳 대학병원에서 담당의사 선생님은 바로 수술을 하잖다.
그리고는 5일 후에 수술 날자를 잡는다!

이곳 의사선생님들은 왜 다른 분들과 달리 수술을 하자고 할까?

' 방사능치료를 하면 주변 장기가 손상을 입어 수술을 할 수 없게되요.
 수술을 하면, 경과가 좋아지지 않으면 다시 방사능 치료를 할 수 있잖아요.   왜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버려요? 
 나이도 젊으니까 일단 적극적으로 치료합시다'

어떤 치료방법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안심이 되었다.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하는 그녀가 진료실을 나오자 내게 말한다.
'어때? 잘했지?  너 내가 알아봤기때문에 산거야'

...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연세 암센터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로 50-1

대학병원이란 무조건 연줄을 대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치료의 순간에 아무런 정보도, 인연도 없이 찾아간 그곳에서 가장 중요한 수술을, 암을 수술로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인생에서 준비나 예측이란게 있을 수 있는걸까? 

2017년 12월 7일 목요일

중요한 건 무엇일까

-[10] 2016년 11월-

3주 전, 이야기만 오가던 해외 사업으로 해당국 정부 기관쪽에서 미팅을 잡겠다는 연락이 왔다.   해당국의 총리실과 경제 개발청, 재무부의 담당자와 미팅이 확정되었고, 사업추진에 관심있어 하는 몇몇 국내 대 기업 담당자와도 함께하는 출장 스케쥴이 잡혔다.     

그렇게 잡힌 이주간의 출장일로 부터 3일 전,  병원으로 부터의 결과를 그녀와 함께 들었다.

'출장갈까?'

병원을 우선 알아봐야지 하는 그녀의 걱정을 뒤로 한채, 비행기에 올랐다.
생계형 사업이라... 하는 변명을 해댔지만, 실제로도 크게 아픈 곳이 있는 것은 아닌지라 몇일 사이에 무슨일이 있을까 싶었다.

다만 일행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같이못해 신경쓰였던 즈음,  삼일째 되던 날,  그녀에게 전화가 와서 당장 들어오란다.

왜?

본인이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사정을 해서 일주일 후에 또다른 병원의 진료예약을 급하게 잡았다고 한다.   이 곳 병원,  의사 선생님은 특히 전립선의 로봇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다른 치료방법을 이야기 할지 모른다고 한다.   

아직 여기 일정이...

물론 그렇게 이야기하진 못했다.   
얼마나 걱정이 심했으면 따로 알아보고 병원 일정을 잡았을까.

잡혀있던 미팅일정은 총리실 미팅만 마친채 다른 미팅은 함께 온 동료 선배에게 부탁을 하며 아버님 건강을 핑계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했다.    함께 온 다른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던 현지 담당자들이 위로를 들으려니, 이건 또 다른 미안함.   

'Hope everything is okey with ur dad'
이래도 저래도 모두에게 미안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인도양

돌아오는 길에 해외 파견나가 있는 동생을 들려왔다.   이 넘 몇몇 파견지 생활을 합치면 언 10년이 넘었는데, 처음 찾아와서 였을까.  이틀동안  여기저기 좋은 곳이라며 데리고가는 곳이 많다.   

그중 인도양을 바라보던 어느 멋진 리조트에서.   
새로 산 썬그라스는 그곳에서 잃어버렸지만, 오랜만에 동생과 함께 한 기억은 새로 만들었다.   
출장이 신경쓰여 그녀의 걱정을 물리치고 왔는데... 동생과 함께한 시간이 더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을 수 있나요?

-[9] 2016년 11월-

'수술보다는 다른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암 공격성을 나타내는 글리슨 점수가 8점으로 매우 높고, 병기가  T3b로 3기말.    즉, 전립선 주변 장기로 암이 번져나가 수술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방사능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자고 한다.

요즘에는 방사능 치료 기술이 매우 좋아져서, 암세포만 직접 사멸시킬 수 도 있고, 호르몬 치료는 항암치료와 같은 부작용이 없어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하는데, 수술이 효과없다는 이야기만 귀에 들어왔다.

전립선 주변 림파선에 전이가 의심되지만 뼈전이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도 역시 들리지 않고, 대신 그녀의 한숨 소리가 크게 들렸다.

미안하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를 말하려 했는데, 한참 설명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나을 수 있나요?'

이때부터 시작된 이 질문은 꽤 여러번, 여러 곳에서 했다.   한번도 명쾌한게 Yes를 들은 적 없지만, 그렇다고 No 라고도 들은 적도 없는 미완의 질문.
-병원 앞 카페 이디야

공사중인 병원이 워낙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병원 주변에 마땅히 시간보낼 곳도 없던터라  찾았던 병원 앞 길 건너 카페, 이디야.
그녀가 커피와 함께 전에 않던 케익을 함께 주문한다.   케익의 단맛으로 말없이 속상함을 삼킨다.


걱정

-[8] 2016년 11월-

집 근처 새로 생긴 버거킹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덕분에 동네가 훤해져서 보기도 좋지만, 1,500원짜리 커피나 이벤트 햄버거도 꽤 괜찮다.
사실 언제부턴가 프랜차이즈 햄버거는 맥도날드보다는 버거킹이 좋아 일부러 매장을 찾아가기도 했었는데.

저녁 늦은 시간, 이층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정말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운동을 마쳤다며 메뉴를 정하고 가져온 그녀가 앉자마자 말했다.

'큰일났다'

동그래진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말을 이었다.  

'나 암이래'

아무말 없이 빤히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재미없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듯 의사 선생님한테 들었던 이야기를 감정없이 전하며, 이틀 후 치료방법을 들으러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있던 그녀는 내 말이 마치자 하나씩 하나씩 물어본다.   그리고는 말한다.   
'그래서 걱정했구나, 미리 말하지 그랬냐.   일단 병원에 같이 가서 확인을 하자,   따로 걱정하지는 말고'

'이런. 이것아... 난 니가 걱정을 할까봐... 그게 걱정이란 말이야.'
하지만 그말은 하지 못했다.
-버거킹

뜨거운 와퍼가 맛났는데, 사실 울 동네 버거킹 매장에서는 그런 뜨끈 뜨끈한 햄버거를 내놓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이젠 이런 인스턴트 스러운 음식은 아애 못먹으니, 뭐가 더 아쉽게 된 걸까... 

공감하는 병원, 이해하는 의사

-[7] 2016년 11월-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지난번 진찰했다는 인연으로 다시 찾아간 명동의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의 조근 조근한 설명과 친근한 미소에서 검사 결과의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바보같은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곳에 다시 갔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일단 수술 빠른 시간내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어느정도 심각한지, 어느정도 퍼져있는지는 실제로 수술을 하는 과정중에 환부를 보고 정확히 알 수 있단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걱정을 하는 나를 보고 말한다.

'너무 걱정마세요, 저도 암수술을 작년에 받았어요'

본인은 위암으로 위를 어느 정도 잘라냈다고 하면서, 내가 걱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며 위로한다.   아... 이건 또 뭔 상황이냐.

호르몬 치료는 그럼 화학적 거세와 같은 의미냐는 물음에 중요한 건 아픈걸 고치는 것이고, 수술 후 회복이 되지만, 혹시라도 안되어도 여러 치료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병치료에 앞서 후유증 이야기를 하는 나를 짐짓 나무란다.

'그럼 아프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말해야 할까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셨나요?'

당연히 가족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다만 본인은 사춘기 자녀들에게는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병원을 나왔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는 비교적 순하니까 쉽게 고칠 수 있어요.   
 다른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간호사, 따로 진료비는 받지 말아요'

진료실 밖까지 나와 잘될꺼라 악수하는 선생님께 인사하며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저녁엔 집 근처 버거킹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명동 준비뇨기과
서울시 중구 명동 9길

진료과목과 전공 분야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찾아 갔었지만, 진단받고 치료받고 수술받고 하는 모든 인연 중 가장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해주신 선생님 중한분이십니다.   감사합니다. 

87.2

-[6] 2016년 11월-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검사 결과를 듣기위해 진료실에 들어가 인사하고 앉자마자 들은 이야기였다.

12곳의 조직검사 샘플 중 9곳이상이 암세포란다.
PSA수치는 87.2란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조직검사 샘플로 암의 공격성을 추가로 확인하고, 어느정도 퍼져있는지를 확인한 후 어떻게 치료할지를 이야기하자고 한다.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
이번엔 이런 지표로 암세포가 어떻게 분화되어있는지를 확인해서 측정할 수 있단다.  암공격성이 높게 나오면 생존율은 낮고, 재발율 등이 높아져 병치료와 예후가 안좋아질 수 있다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생각하지 않던 상황이라 낮설다.

어떻게 치료를 하면 좋은지는 그 이후에 이야기 하자고 하며...   그렇게 2~3일 후 병원에 다시 오기로 했다.   자신을 소개 시켜준 친구와 친하다고 들었다면서, 남의일 같지 않다고 손을 잡는다.    분위기는 않좋은데, 어떤 상태인지 명확히 알고 싶었다.

'PSA가 어느정도면 안좋은 건데요?'

일반적으로  PSA가 4이상이면 암을 의심해서 검사를 한다고 하길래, 숫자가 높으면 더 않좋은 것이냐 했더니 일반화할 수 없지만 많이 암세포화가 진행된 경우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무슨 치료를 하게 될까요?'

수술도 할 수 있고, 방사선 치료도 있다.   영화에서 처럼 어려운 항암 치료와는 달리 전립선암은 우선 호르몬 치료도 가능한데 ,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럼 부작용은 없냐고 물었더니 호르몬 치료라는 것이 남성 호르몬 억제제란다.   성범죄자들에게 화학적 투여를 하는 약물과 거의 유사한 약물을 투여하게 된단다.   이게 뭔소리냐!!?!

나름 냉정하다고 이성적으로 일처리와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황인식이 안된다.   무슨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는데 무슨 뜻인지 정확히 공감이 안된다.    
의사 선생님은 왜 내 손을 잡는 거냐?

병원에서 나오자 마자 처음 찾았던 명동의 비뇨기과 병원을 다시 찾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곳에선 차분하게 설명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톰스비스트로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요즘은 이태리 음식점들이 다 맛있긴 하지만, 밝은 햇살을 담는 도로변 큰창문을 옆에끼고 식사하는 개방감이 좋다.   가족 식사의 이런 연말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조직검사

-[5] 2016년 11월-

암조직 검사.

어감이 영 불편하다.
마치 암이란 걸 확정하고 검사하는 느낌?

게다가 이 검사에 대해 아는게 전혀없어 불안함이 더 무섭다.   검사 자체를 무서워해야 하는지, 검사가 아픈지, 검사 후 후유증은 없는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지 궁금함 투성이.   하지만 몇일 인터넷 서칭을 하다가 그만 뒀다.   인터넷 서칭에서 함께 나오는 전립선 암 정보가 유쾌하지 않아서. 

당일 입원이 필요한 검사라며 아침 일찍 오라는 병원의 안내에 잠깐동안 그녀에게 말해볼까도 싶었지만, 역시 최종 결과를 듣고 말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 전날 회사에서 야근을 한다고 집에 들어가진 않고 회사근처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조직검사 전날은 금식에 관장까지 하라고 했던터라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집에서 뭔가를 준비하기는 어려움.  그렇게 준비를 하고 검사당일 아침일찍 병원을 찾았다.

전립선 암 조직검사.
전립선 12곳에 주사바늘과 같은 장비로 조직샘플을 떼어내어 검사한다고 한다.   검사과정이 아플 수 있다며 소개 받은 의사 선생님이 직접 검사하겠다고 해서였는지, 사실 인터넷에서 읽은 글처럼  조직검사 과정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냥 12번 주사를 맞는 정도의 느낌?

오히려 옷갈아 입고 누워서 검사실에 가거나, 나와서 회복실에 누워 있으려니 바쁜 와중에 오랜만에 여유가 생긴것 같아 푹 잘자서 좋았다.   
더불어, 설령 암이라 하더라도 전립선암은 쉽게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석양

핸드폰 카메라의 타임랩스를 어떻게 써보나 싶었는데, 이날 호텔 창문에 핸드폰을 두고 타입랩스 촬영을 해보았다.    전화받기 싫어 에어플레이 모드로 설정해서였는지 촬영의 방해없이 해가 지고 전기불빛이 들어오고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이 이쁘게 촬영됐다.
창밖의 일상처럼 나의 일상도 변화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핸드폰 영상을 보며 해본다



81.16

-[4] 2016년 11월-

'PSA가 81.16입니다'

아침일찍 찾은 동네 대형병원의 담당 의사쌤이 조직검사를 하자며,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유없이 화가났다.   이사람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공장같은 이곳에서 개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 검사결과의 숫자를 보고 기계 조립하듯 진료방법을 밀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을 신뢰할 수 있는 거야?

이후 점심식사 약속이 있는 판교까지 운전 중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도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거야? 

점심 약속을 잡은 예전 동료와는 사업이야기를 하고자 했는데, 걱정에 앞서 그만 병원 이야기를 했더니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냐한다.  친한 친구중에 대학병원 비뇨기과 의사가 있다며 소개시켜주겠단다.

실력있는 의사냐? 를 물어보기 전에,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의사인지 먼저 물어봤다.   가능성이 있다 없다가 아니고, 그냥 할수 있다, 없다, 된다, 안된다를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인지를 물어보았다.    의사로써 답변은 다른 병원에서도 들을 수 있으니까.

부랄 친구라 못하는 소리가 없다는 이야기에 소개시켜 달라고 했더니, 그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예약 날자까지  잡아준다.  
고맙다.

이렇게 인연이되어 진료를 받는다니, 세상 인연은 역시 알 수 없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렇게 다시 3일만에 동네의 대학병원이 아닌 다른 대학병원에서의 조직검사 일정을 잡았다. 
-마이쥬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심평동 아브뉴프랑

확인을 못했지만 샘오취리 가계라고 한다.   그래서 찾아가야 겠다 했었는데, 아침에 들은 병원이야기에 놀라 더 찾아갔던 음료점.   이젠 커피도 못마시겠다 싶다

대형병원과 개인병원의 차이

-[3] 2016년 10월-

병원이란...

역시 신경쓰는 개인병원이 이 공장같은 대형보다 서비스가 좋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곳 동네의 대형병원도 무척 친절하건만.    
같은 촉지검사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걸 몰랐다.

이곳, 개인병원과 달리 간호사가 죽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을 하나씩 부르며 검사하고 있다.
더불어 다른 간호사는 큰소리로 병명과 검사를 소리쳐 알려주고 있다.
대형병원의 비뇨기과란 장소...   주변의 이 많은 어르신들을 상대해서인지 명동의 그곳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병원의 이런 모습, 낮설어 당황스럽지만.   
그렇지 뭐...
싫으면 얼른 나아야지.
-어뮤즈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돈산1로 30

오후에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며.
굳이 병원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공연히 걱정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나도 공연히 걱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나저나 이곳 카페, 이젠 제법 사람이 많이 찾아 식사시간에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아졌다.

67.71

-[2] 2016년 10월-

"PSA 수치가 67.71이네요"

'그게 무슨의미인데요?'

'아직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거나, 또는 일부 전립선 비대증이 생긴경우에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PSA라는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단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전립선 암일 경우도 있다며, 촉지검사때 일부 딱딱한 부위가 역시 있어 혹시 모르니 주변 대형 병원을 알아봐 주겠단다.   

이때 처음 들었다. 
PSA (Prostate Specific Antigen, 전립선 특이 항원체)


그런데 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물어보니 걱정하지 말란다.   그냥 그럴 가능성이 있는것이고, 아직 나이가 어리니 전립선염증일 가능성이 있단다.   그러면서 전립선 질환은 나이가 많을 수 록 환자들이 많이 발생한다며 내경우 비슷한 연령에 암환자가 거의 없단다.
더불어, 설령 암이라도 전립선암은 진행이 늦고, 완치율이 가장 높은 암중 하나니까 걱정은 더욱 할 필요가 없단다.   

그래도 이게 뭔소리?

'PSA 67.71, 병원 내방 부탁합니다'
지난번 명동의 병원을 찾은 후 받은 이 암호같은 문자를 물어 보고자 찾은 병원에서 전혀 예상치 않던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암이라는 단어에 놀라 이것 저것 물어보는 나에게 그럴 일은 적으니 괜한 걱정말고, 일단 큰 병원에서 검사부터 해보라는 이야기에 그길로 집 근처 대형병원에 예약을 했다.

일주일 후, 결혼기념일 다음날로 진료 예약을 잡아준다.
적어도 전립선염이나 전립선 비대증인건데...약먹고 나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치료의 불편함을 생각하니 다소 우울.   하지만  몇일내의 사업 제안과 해외사업 협의등의 준비에 빠져 병원에서의 우울함도 함께 잊었다.  
-광화문

아프다고 하니, 왠지 대기업 직원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내고 치료하면 사업한다며 신경쓰지 않아 좋았을 수 도... 하는 생각도 잠시.  
그래도 나오지 않았으면 다른 병이 더 일찍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렇게 앉아있기란 죽기보다 싫었으니까. 

2016년 늦은 가을 어느날

-[1] 2016년 10월-

2016년 늦여름 휴가.

오사카는 20년만.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지였는데... 쓰나미 사고이후 방사능 누출에 대한 두려움에 거의 10여년만에 찾은 일본이다.
그래도 동경에 가기에는 여전히 꺼림직.   오사카는 그래도 사고 지역에서 조금 더 떨어져있으니까 하는 근거없는 위안으로 찾았던, 작년 여름 일본 가족 여행의 컨셉은 먹자 여행이었다.

음식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변함없는 오사카성과 도톤보리 거리가 좋았다.   매년의 가족과의 해외여행과는 달리 좋아하던 일본의 맛난 음식을 아이들과 그녀에게 소개하는 재미도 좋았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이후 왠지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는게 다소 신경 쓰이던 늦가을 어느날 오후.
프로젝트 협의로 고객사를 찾아가던 중 회의가 취소되어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명동에 도착했는데...  

뜬굼없이 생긴 시간에 오랜만에 주변 친구들에 연락을 해보니 모두 바쁘단다.   그냥 돌아가기엔 왠지 아까운 시간,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병원이 보인다.    따로 시간내어 찾지못했는데, 시간이 빈 그날 오후에 카페를 찾아가듯 그렇게 병원에 들어갔다.    
비뇨기과라는 묘한 뉘양스가 준 느낌과는 달리 병원안은 깔끔했고 명동 거리의 어수선함과는 달리 환자가 없어 한적하다.

'불편한 적은 없었는데, 최근 한달 전부터 자주 소변을 보게 되네요'
'몇 주 전부터는 2시간 정도 운전을 하거나 하면 소변을 참기 어려워 불편한 경우가 꽤 많이 생겼구요'
'최근엔 참기어려워 화장실을 갔는데도 소변이 가늘게 나와 답답한 적이 많아요'

그랬다.
가을부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 차막힌 도로에서 급히 주변 빌딩에 주차하고 화장실에 찾아들어간 적이 있었다.   이 황당한 경험에 병원을 생각했지만 시간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이야기를 듣던 의사 선생님이 검사를 하자고 한다.

촉지검사?
불편할 수 있지만 아프지 않단다.   사실 아무 느낌이 없긴했지만, 그런 검사를 한다는 것이 다소 찜찜.   그리고는 추가로 혈액 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3~4일 후에 문자로 결과를 보내주겠단다.   역시 명동 번화가에 있는 병원이라 개인병원인데도 서비스가 다르구나...

약을 먹으면 소변 불편한 것은 사라진다는 이야기에 안도하며, 실제로 그날부터 약먹고 불편함이 사라진 화장실의 경험에 다행이다 싶었다.

조금 더 자주 운동하고, 조금 더 일찍 병원왔으면 불편하지 않았을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동성당
   
이런 저런 생활의 죄스러움에 병원을 나와 찾았던...
오랜만의 고백성사로 묵은 숙제를 마친듯 후련했던 2106년 늦은 가을의 어느날의 명동성당.